구인난 심화 등으로 美 임금 급등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오히려 ‘마이너스’기현상

[뉴스진단]

지난달 물가 반영 미국인 실질 임금 1.8% 감소
아마존 시간당 18불 인상 불구 상승 효과 상쇄
"그나마도 봉급 안오른 회사 근무는 더 죽을 맛"

#LA인근 가발 홀세일 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 근무하는 이모(50)씨는 최근 다른 경쟁업체로 이직했다. 이 업계에서 경력이 15년이나 되는 베테랑 세일즈맨인 그는 월 500달러 정도를 더 받기로 하고 고민 끝에 회사를 옮겼다. 그러나 막상 직장을 옮긴 그는 요즘 후회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차치하더라도 너무 많이 오른 물가 탓에 월급 인상의 진가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웬만큼 더 받지 않으면 월급이 아무리 올라도 별볼일 없다"고 혀를 찼다. 

미국의 구인난으로 회사들이 제시하는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막상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실질 임금은 줄어들었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에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틀랜타연방은행과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인들의 지난달 실질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어들었다고 14일 보도했다. 명목임금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실질임금이 된다.

미 기업들이 앞다투어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는 현실과는 상반된 결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창고, 운송 담당 근로자 12만5000명을 추가 고용하고 평균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인상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앞서 월마트 등 유통기업들과 패스트푸드 기업 등도 시급을 올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 효과를 상쇄하다 못해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상승했다.

전달인 7월(5.4%)보다는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라는 분석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영위하는 단순근로 수요가 늘면서 시급도 가파르게 뛰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부담도 커졌다. 저소득층(하위 25%)의 지난달 명목임금 상승률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폭인 4.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상위 25%)의 임금 상승률(2.8%)을 능가했다.

그러나 식료품비, 연료비, 집세 등도 모두 오르면서 임금 상승분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달걀, 육류 등 단백질 식품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연 8% 이상 오르며 ‘프로틴플레이션’(프로틴+인플레이션) 사태를 빚고 있다. 엥겔지수(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에 타격이 큰 이유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연 11% 상승했다.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현장 업무에 주로 종사하는 저소득층은 휘발유 소비량이 많다. 집세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WSJ는 “임금은 올랐지만 미국인들은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2013년 집계이후 최고치


지난달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로 올랐다.
13일 뉴욕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내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5.2%를 기록해 역대 최고로 올랐다. 10개월 연속 상승세다.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 중간값도 4.0%로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식품가격기대치는 내년 7.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집세는 10% 오르고 의료비는 9.7%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전월 전망보다 0.2%포인트(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