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 골보다 더 빛난 '도움 해트트릭'
울산서 갈고닦은 키패스로 화력쇼 선봬
조유민-권경원 조합 전방 압박에 당황
A매치 데뷔전 황재원도 아쉬운 플레이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두 대표 빅리거의 화력을 증강하게 한 '한국판 케인' 주민규(울산HD)의 맹활약은 상대 전력을 떠나 커다란 확신을 품게 했다. 반면 수비진 개편 효력은 아직 물음표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6차전(싱가포르.중국전)을 치르는 축구 A대표팀은 지난 6일 싱가포르 원정 경기에서 7-0으로 대승했다. 4승1무(승점 13)인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중국과 2차 예선 최종 6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를 확정해 3차(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울산부터 준비된 '주리케인' 대표팀에 스며들다
싱가포르전 최대 수확은 '만추가경 (晩秋佳景)' 아이콘인 주민규(34)에 대한 '확신'이다. 최근 4년 사이 K리그1 득점왕만 두 차례(2021, 2023) 차지한 그는 태극마크와 유독 연이 없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처럼 한동안 A대표팀을 이끈 외인 사령탑이 외면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에서 처음 발탁돼 태국과 2차 예선 3, 4차전 명단에 포함돼 태극마크 한을 풀었다. 골은 없었지만, 유연한 연계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았는데 싱가포르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20분 헤더 추가골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만 34세54일에 터진 A매치 첫 골.
골보다 더 눈을 사로잡은 건 '도움 해트트릭'이다. 손흥민의 옛 소속팀 동료인 잉글랜드 골잡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빗대 '주리케인'이라는 애칭이 따랐다. 케인처럼 득점 뿐 아니라 2선 지역으로 내려와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득점까지 돕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민규는 그라운드를 넓게 활용하면서 윙포워드로 뛴 손흥민(1골)과 이강인(2골)의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주리케인'은 K리그1 2연패를 차지한 울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울산 홍명보 감독이 주문하는 것 중 하나다. 싱가포르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 차기, 이강인의 화려한 개인 전술에 의한 페널티박스 득점 모두 주민규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주민규는 올시즌 K리그에서 도움 3개(4골)가 있다. 또 키패스가 무려 14개로 팀 전체 1위다. 주민규의 재능이 A대표팀에 잘 스며들었다고 볼 수 있다.
◇베테랑 김진수ㄱ정우영 '건재'… 새 얼굴 중국전이 진정한 실험대
김도훈 감독은 2연전을 앞두고 수비진에 새 얼굴을 대거 발탁했다. 싱가포르전에 조유민과 권경원이 처음 센터백 조합을 이뤘고, 오른쪽 풀백으로 황재원이 출전했다. 스코어가 증명하듯 수비력을 명확하게 평가받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황재원은 상대 측면 속도에 여러 번 고전했다. 중앙 수비진도 초반 싱가포르의 전방 압박에 당황해했다.
반면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과 왼쪽 풀백 선발로 나선 김진수(1도움)처럼 카타르 월드컵 16강 멤버가 안정적인 활약으로 수비를 리드했다. A대표팀의 '경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만했다. 북중미 대회를 겨냥하려면 수비진 세대교체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조직력이 핵심인 수비인 만큼 '급진적 개혁'이 아닌 '점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낸 경기였다. 최종예선은 2차 예선과 전혀 다른 레벨을 만난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