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의 世上萬事

치과의

  • 윔블던 '흰색 전쟁'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오랜 전통과 권위, 독특한 규정을 자랑한다. 고색창연한 센터 코트와 녹색의 잔디 그리고 영국 왕실의 색인 자줏빛으로 이루어진 윔블던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전 세계 테니스인의 로망이다. 1877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전 잉글랜드 크로켓 및 론 테니스 클럽(All England Croquet and Lawn Tennis Club)'에서 시작된 윔블던은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회다. 윔블던 창설을 시작으로 4년 뒤인 1881년엔 US오픈, 그로부터 10년 뒤인 1891년에 프랑스 오픈, 그리고 다시 한참 후인 1905년에 호주 오픈이 시작되어 4대 메이저 대회가 되었다. 각국의 대회마다 다른 성격으로 시작된 나름대로의 명칭들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긴 했지만 종주국 영국의 윔블던 공식 명칭은 'The Championships'이다. 나라이름조차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세상에서 이것만이 유일무이하고 최고라는 자부심이라기 보단 오만에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이 윔블던은 130년을 넘게 이어온 역사만큼이나 몇 가지 독특한 전통 또한 양보가 없다. 그 중 하나가 변치 않는 흰색 의상이다. 윔블던은 출전 선수들에게 흰색 유니폼만을 허용하는 엄격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티셔츠와 반바지, 양말뿐 아니라 신발에 안경까지 온통 흰색 일색이다. 신발 바닥까지도 흰 색이어야 한다. 심지어 여성 선수들의 스커트 아래 입는 속옷이나 어깨로 들어나는 브래지어 끈까지도 논쟁거리다. 미국은 이 전통을 오래 전 폐지했지만 윔블던의 전통에는 변함이 없다. 2013년 '테니스의 황제'로저 페더러는 오렌지색 밑창 테니스 화를 신고 출전했다가 조직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세계 랭킹 1위였던 아가시는 항의 표시로 노란색 고글을 낀 적도 있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취향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일부 여자 선수들이 항의의 표시로 색깔 있는 언더웨어를 입거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자 윔블던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여자 선수들의 속옷도 흰색으로 규제했다. '흰색 전쟁'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듯 전통을 사수하려는 윔블던이 끊임없이 흰색 권위에 도전하려는 선수들의 다양한 시도 사이에서 약간의 규정을 완화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동참한 면도 있긴 하다. 그러면서도 윔블던만의 고유성을 유지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내고 있다. 일례로 엄격한 흰색 규정은 불변이면서도 유니폼의 스폰서 로고와 옷의 끝자락 그리고 손목이나 헤어밴드와 같은 액세서리에만 컬러를 허용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선수들의 치아까지도 더 하얗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근래에는 종전과 달리 치아를 단순히 보존하고 관리하려는 기본적 단계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보이려는 심미적인 면에 관심 갖는 경향이니 그렇게만 하면 화룡점정, 더욱 완벽할 텐데 말이다. 옛말에도 미인의 조건으로 단순호치 (丹脣皓齒)라 하여 입술은 붉어야 하고 치아는 하얗게 빛나야 한다고 했다. 확실히 하얗고 쭉 고른 치아로 밝게 웃는 모습은 그냥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하는 능력 있고 부지런한 사람의 적극적인 태도와 함께 깔끔해 보인다. 성서에서 솔로몬도 '너의 이는 마치 털 깎은 암양이 욕탕에서 나온 것 같구나' 하고 노래했듯이 아름다운 치아는 사람의 인상과 품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어서다.


  • 민들레와 '사자의 이빨'

    화사하게 들판을 수놓는 꽃은 역시 황금색 민들레다. 민들레가 한창이면 어린아이들은 마른 하얀 포자들을 불어 날리며 노는 걸 즐긴다. 민들레는 장미나 글라디오라스 처럼 화병에 꽂혀 식탁으로 초대받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지만 더러는 스프나 와인 혹은 오믈렛의 재료로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꽃으로 불리는 이 민들레는 영어로 'dandelion'이다. dan(dent)은 '치아'란 의미로 치과와 관련 있는 단어에 주로 쓰인다. de는 '의(of)'이고 lion은 '사자'이니 이는 곧 '사자의 이빨'이란 뜻이다. 민들레꽃이 사자의 어금니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또한 하늘을 향해 뻗은 이파리의 모습은 마치 사자의 용맹을 보이는 갈기를 닮았다. 해서 민들레와 사자, 치과는 인연이 깊다. 헌데 최근 사자와 치과의 악연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름 아닌 한 사자의 참혹한 죽음 때문이다. 짐바브웨의 명물 사자 '세실'이 사냥꾼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스포츠 사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실을 죽인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에 대한 공분이 전 세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세실은 야성적인 검은 갈기로 짐바브웨 황게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국민사자'였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이동 경로와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사자이기도 했다. 이번에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세실의 몸에 부착한 GPS 기록을 살펴본 결과, 세실은 국립공원 인근에서 활을 맞고 40여 시간 고통스럽게 배회하다가 머리는 잘리고 가죽도 벗겨진 채 죽었다. 사자 머리를 박제해 스포츠 사냥의 '트로피'로 소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헌데 파머가 쏜 화살에 맞은 세실이 공원 바깥으로 나가 사유지에서 배회하는 것을 추적해 총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국립공원 내에서는 사냥이 금지돼있지만, 공원 밖 사유지에서 사냥하는 것은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파머와 사냥 도우미들이 세실을 공원 밖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파머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세실과 파머의 악연은 이름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다. 세실이란 이름은 '앞을 못 본다'는 뜻이고 파머는 필그림들이 순례를 할 때 기념으로 팜트리 가지를 가져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슬프게도 사자 세실은 파머의 흑심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파머는 제 이름 값대로 사냥의 기념으로 사자 머리를 챙긴 것이다. 아울러 민들레 꽃말은'감사'이기도 하지만 '무분별'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자 사냥을 전통으로 삼는 원주민 마사이 족마저 오랜 전통을 버리고 사자 보호에 나서는 마당에 미국 부유층들이 남의 나라 땅에서 자행하는 무분별하게 도륙하는 '트로피 헌팅'은 스포츠도 취미도 아니다.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는 동물 학살 행위일 뿐이다.


  • 조지 워싱턴의 자화상

    지난 13일은 20세기의 위대한 인물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유세프 카쉬가 93세를 일기로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지 13주년이 되는 날이다. 카쉬는 대 스타는 물론이고 예술가, 과학자, 왕족, 대통령, 수상 등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인사들을 유명한 일화와 함께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처칠, 케네디, 후르시쵸프, 카스트로, 헤밍웨이, 아인스타인 등 세계적인 인물 치고 그의 렌즈에 안 잡힌 사람이 없다. 해서 그의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는 '전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주로 흑백사진을 즐겨 하던 카쉬는 사진 찍기 전에 잠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당황하게 함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나타내는 가장 솔직한 순간의 표정을 잡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인스타인에게 종교에 대한 질문을 하여 그가 약간 거북한 듯이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는 순간을 잡는 식이었다. 윈스턴 처칠을 만났을 때였다. 카쉬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별안간 그가 가장 즐기는 시가를 그의 입에서 빼냈다. 왼손을 왼쪽허리춤에 대고 오른 손으로는 의자 등받이를 잡은 이 양반 순간 몹시 불쾌해진 얼굴로 약간 찡그리고 심술궂은 얼굴을 했다. 이 모습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의 유명한 사진인데 근엄해 보이지만 실은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사진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화가들이 물감으로 그렸을 뿐 유명인의 자화상이 그려지는 데 일화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예수의 모델로 죄 없고 선함을 나타내는 얼굴을 찾기 위해 수 백 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예수와 열 한 명의 제자들을 다 그리고 난 7년 후에 마지막으로 배반자 유다의 모델로 흉터가 있고 죄악으로 가득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죄수들 중에서 찾아 그렸는데 알고 보니 전에 예수의 모델이었던 동일한 인물이었다는 설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태도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도 이렇듯 선과 악의 다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지 워싱턴은 어땠을까? 그는 치과 질환을 몹시 심하게 앓았다. 그래서 그의 자화상 중에서는 잇몸에 생긴 고름이 볼을 뚫고 나와 생긴 심한 흉터가 얼굴 왼쪽 뺨에 있는 것이 있는데 이 그림은 찰스 필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가 흔히 보는 1 달러짜리에 있는 그의 모습은 마지막 남아 있던 이를 뽑고 난 후 움푹 들어간 뺨을 살려내기 위해 길벗 슈트와트가 솜 덩어리를 둥글게 말아 양쪽 입안에 넣고서 그린 것이다. 그 덕에 장군의 기백 있고 강한 원래의 모습과는 달리 유순한 할머니 같은 인상이 됐다는 혹평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의 본질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본래와 다르게 왜곡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작가에게는 작품성과 전문성 못지않게 바른 인식과 책임의식도 요구되는 게 아닐는지.


  • 사탕 한 개만 먹어도...

    어느 컴맹 어머니가 아들의 방을 들여다보면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단다. 아들 방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정말로 수십억의 세균들이 우리 몸 안에서 꿈틀대고, 기어 다니고 움찔거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염려 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세균들의 95%는 해가 없고 단지 나머지 5%만이 우리에게 질병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친구들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없을 것이다. 이것들이 없다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음식을 소화할 수도 없고 식물들은 자라지도 못하는가 하면 쓰레기들은 썩지도 못하고 머지않아 이 지구는 엉망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이 친구들은 30억 년 이상이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나 해야 할지. 과학자들도 이러한 미생물들이 언제 어떻게 처음 생겨났는지를 정확히 모른다. 운석을 통해서인지 아니면 물방울 속에서 단백질의 시작으로 생겨났는지 모른다. 어찌됐든 대부분 우리에게 이로운 미생물들은 여러 형태로 우리의 생활과 관계가 밀접하다. 태풍에 관여하는 게 있는가 하면 약 3,500가지의 발효음식에도 관계한다. 조리사 역할도 한다. 맥주, 포도주, 간장, 소세지, 초콜렛 등에 말이다. 그런가 하면 약사로, 정원사로, 관리인으로도 일해 준다. 낡아 보이도록 만드는 청바지의 탈색에도 작용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생물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 경우도 있었다. 1791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3만여 명의 군대를 하이티에 보냈다. 노예 출신의 독립 반란군 대장 투상 르브투르를 진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안에 황열병이 프랑스군을 거의 전멸 시켰다. 할 수없이 나폴레옹은 군대를 철수하고 하이티의 독립을 인정했다. 황열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하이티에 독립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일차대전 때는 영국에서 전함의 대포탄을 만드는데 화학기술이 필요하자 관리 로이드 죠지는 유태인 미생물 화학자 바이스만에게 도움을 청했다 거절당했다. 바이스만은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탈출했는데 후에 죠지는 영국 수상이 되었고 바이스만은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된 역사도 있다. 아무튼 이런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는 적어도 몸의 세포 수보다도 100배가량 많다고 한다. 겨드랑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이곳에서 나는 땀방울과 섞여서 심한 냄새를 나게 한다.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물질 때문에 나는 것이다. 구강 내에서는 세균이 주로 혀나 치아 주위에 많은데 침에 의해 쉽게 씻겨나지만 수백만이 항상 남아 상주한다. 캔디 한 조각을 먹으면 불과 5분 안에 치아 주위에 무언가 코팅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구강 내에 있던 박테리아의 한 종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이 박테리아를 뭉치게 해서 플라그를 만들고 충치를 유발하게 한다. 우리 몸무게의 약 10%는 이러한 미생물의 무게 때문이라고 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열심히만 씻으면 10%의 몸무게가 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살 빼려고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까? 불가능하다. 씻어버린다고 해도 불과 20분 내에 두 배로 회복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은 자주 씻고 양치질은 자주 해야 한다. 특히 지금 사회적 불안과 우려를 낳고 있는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 '신데렐라, 코리아!'

    신데렐라 동화를 다 듣고 난 한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되물었다. 자정이 넘으면 모든 게 마술에서 풀려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왜 유리 구두만은 그대로냐고 말이다. 요새 아이들은 옛날과 달리 논리적이고 자신의 주장에 더 자유로워서 그랬을까? 아무튼 세계 여러 나라를 통틀어 700여 가지나 이상이나 되는 유사한 이 동화의 원조 격으로는 중국의 'Yeh-hsien'으로 알려진 황금 물고기가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더 친근하고 가장 유명한 프랑스판 신데렐라에 나오는 유리구두는 실상 두더쥐과의 동물의 털로 된 구두였다. 헌데 실은 프랑스 어에서 이 단어가 유리를 뜻하는 단어와 스펠링은 다른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프랑스 아동작가 샤를 페로가 일부러 그렇게 바꾸었다는 설과 실수로 잘못 번역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연이야 어찌됐든 우아하고 환상적인 유리구두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고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환상적으로 되었다. 그 환상의 아름다운 신데렐라 이름이 2002년 4강 신화에 이어 오늘 우리 한국인에게 또 다시 던져지고 있다. '신데렐라, 코리아!'신화를 낳은 축구 한국을 세계가 가리키는 말이다. 13년 전 당시 한국의 4강 신화를 두고 타임즈는 한국의 축구가 사실과 픽션의 다리를 넘어 환상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정사실의 현실로 다가온 신화라고 극찬했다. 헌데 이번에 태극낭자들이 월드컵 신화를 또 다시 만들어냈다. 신데렐라의 판타지가 자정을 안 넘기는 조건부 환상이 아닌 영원한 공주의 현실로 돌아왔듯이 우리의 젊은 여전사들이, 그것도 대접한번 제대로 못 받고 관심 밖에서 서러운 눈물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낭자들이 우연 아닌 실력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유리구두가 아닌 징이 박힌 가죽구두를 신고, 호박으로 만든 마차가 아니라 32개의 조각으로 이어 만든 축구공을 갖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딸들이 신데렐라와 왕자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듯 세계무대에서 콧대 높은 열강들과 화려한 비엔나 왈츠 춤을 추었다. 남자 축구 대표 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첫 출전 후 48년 만인 2002년 월드컵 이 돼서야 비로소 4강까지 갔지만 이번 우리의 여자 팀은 그보다 4배나 빨리 해냈다.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해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지 불과 12년 만이다. 축구는 남자가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과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얇은 선수층 등 척박한 풍토에서 이루어 낸 성과라 더 없이 값지다.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은 지원부터 관심까지 남자축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과 땅 차이다. 2014년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팀의 숫자는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합쳐 78개 팀에 불과하고 등록선수도 고작 1705명이다. 독일이 26만 명이 넘고 일본 만해도 3만 여명 정도라 한다. 이번에 비록 프랑스와의 8강전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프랑스가 등록 선수만 9만 명인 것을 감안해 보면 이번 태극낭자들이 이루어 낸 성과는 신화 그 이상이다. 빛나는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 곪아 터진 FIFA와 상한 치아

    지난 달 27일 FBI와 스위스 경찰이 취리히에 있는 바우어 호텔을 기습해 FIFA의 고위 간부 7명을 긴급 체포하고 간부 14명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기, 돈세탁, 탈세, 뇌물 수수 같은 죄목이 47개나 된다. 그러면서 2010 남아공,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도 도마에 올랐고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를 비롯 월가 까지도 들먹여 지고 있다. 이번 수사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지휘한 사건이다. 민주, 공화당 간 법안 충돌로 지명 166일 만에야 가까스로 의회 인준을 통과한 그녀가 취임 한 달여 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유럽판은 "축구계에 펠레와 마라도나, 메시에 이은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수사는 블라터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축구는 그 어떤 종교보다도 추종자, 즉 신자가 많은 '종교'라고 까지 말한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는 연인원 300억 명이 TV로 지켜봤다. 1904년 창립된 FIFA는205개국으로 되어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도 많은 209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축구가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거둬들이는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지난 24년 동안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드러난 뇌물과 리베이트만 1억5,000만 달러다. 현금보유고도 15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블래터 회장의 일인체제 아래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를 주관하면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놓고 발생하는 비리와 함께 지난 17년간의 회장 재임 기간 '축구계 마피아 수장'이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FIFA 월드컵 참가국은 1998년부터 32개국이다. 그런데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축구공의 32개 조각은 우연히도 사람의 치아 수 32개와 동일하다. 어린 아이의 젖니가 20개이고 성인이 되면 12개가 더 첨가되어 꼭 32개가 된다. 원시적 인류였을 때는 아래턱이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그 만큼 더 넓은 자리에 지금보다 더 많은 치아수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는 반대로 인류가 진화하면서 턱이 점점 짧아지고 치아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근래에 오면서 선천성 결손치라 하여 날 때부터 한두 개 치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더 진화된 문화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문제는 치아의 수 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 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어렸을 때 젖니를 갈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흥분과 기대감 속에 찾아온 '치아요정'(Tooth Fairy)의 고운 선물을 게으름과 관리부족으로 제대로 보존 못해서 고통과 부담의 '치료비 요정'(Payment Pixie)이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우릴 찾아오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기구 FIFA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제 축구계도 곪아터진 부분을 도려낼 때가 온 것 같다.


  • 키스와 입냄새

    우스개 퀴즈로 '키스'라는 단어가 영어의 여덟 개 품사 중에서 어느 것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명사나 동사는 아닐 것이고 약간 눈치가 빠른 사람은 접속사라고 하겠지만 정답은 접촉사이다. 몇 해 전인가 독일의 한 주간지에 키스를 많이 하면 오래 산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랑의 욕구로 분비되는 인슐린이나 아드레날린과 성적 욕구로 인해 분비되는 아미노산 복합물인 화학물질이 백혈구의 활동을 활성화시켜 노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작용까지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는 거다. 게다가 아침에 사랑의 인사로 키스를 하면 약 4cal의 에너지를 연소시켜 준다는 미국의 버논 박사의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연소를 위해 키스를 운동 삼아 열심히 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 아무래도 무리일 게다. 그래서 버논 박사는 여유를 갖고 즐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나오는 명배우들의 키스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도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남겨준 것들 중 하나는 역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일 것이다. 붉은 주단의 드레스를 입은 비비안 리를 껴안고 상의 단추가 한두 개 풀어진 흰 셔츠차림의 남성미가 물씬 나는 클라크 게이블이 긴 계단 아래에서 격렬하게 하는 멋있는 키스 신도 있고 전쟁이 나서 불타는 화염을 배경으로 작별의 인사로 하는 키스 신도 있다. 헌데 클라크는 틀니를 끼고 시가를 워낙 즐겨서 그런지 구취가 무척 심하여 할리우드의 어느 여배우도 그와 키스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데 그런 그가 최고가는 불멸의 키스 신을 연출했다는 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구취는 아름다운 키스뿐만 아니라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사회생활 속에서 남모르게 가슴앓이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에 의하면 성인의 50%가 구취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갖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심한 경우 신경성 질환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고대 문헌에 히포크라테스가 이미 특수한 약초로 인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 걸 봐서도 이 고민 또한 역사가 아주 오랜 것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구취는 생리적 또는 병리적으로 구강 및 전신에서 생기는 불쾌한 호흡의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불량한 구강 상태나 전신적인 질환에 의한 병리적인 것과 아침 기상 시나 월경, 공복 시 같은 때 나타나는 생리적인 것이 있지만 대개 그 원인은 구강으로부터다. 사람이 내쉬는 숨 속에 있는 4백 여 가지의 휘발성 물질 중에서 특히 황화합물이 주범이다. 구취고민 해결로는 우선 치과에서 구강 내 이상 있는 문제들을 선결하고 전신적인 질환의 유무도 점검해서 해결하고 구취와 관련된 식단 조절도 필요하다. 항상 양호한 구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여 올바른 양치질과 치실을 꼭 사용해야 하며 특히 혀를 청결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더 아름답고 정겨운 대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키스가 없는 사랑의 표현은 마치 반짝이는 꼬마 불이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 '재키 로빈슨'…야구와 인생

    얼마 전 세계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수상에게 '사과는 상대방이 됐다고 할 때가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하루키가 처음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을 쓴 것은 29살 때였는데 1978년 야쿠르트와 히로시마와의 야구경기를 관람하던 중, 2루타를 맞고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야구는 바둑과 더불어 집과 관련된 경기다. 바둑이 집을 지어가는 과정의 게임이라면 야구는 본연의 집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다. 그러는 동안 여러가지를 겪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와 너무나도 닮았다. 집을 나설 때부터 정거장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많은 질곡을 겪는다. 맥없이 쓰러지기도 하고 운이 좋아 살아남기도 하지만 단번에 행운을 잡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이에 힘입어 더불어 살아남기도 한다. 그러면서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리고 나면 모두 홈런인 셈이다. 이렇듯 야구는 만만치 않은 개인의 삶의 여정과 애환을 그대로 반영하는 비유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실제 미국이라는 커다란 사회를 변화시켜 주기도 했다. 바로 재키 로빈슨이 그렇게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동안 뛴 그로 인해 미국 사회가 바뀌면서 흑인을 대하는 전 세계인의 태도 역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해서 MLB는 그가 빅 리그에 데뷔한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의 날'로 지정하고 그날 열리는 경기의 전 선수에게 등번호 '42'를 달고 뛰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화 42'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재키가 야구로 미국을 변화 시킬 수 있도록 야구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한 데는 '야구의 신'이라 불렸던 베이브 루스의 공이 컸다. 본명 조지 허먼 루스 주니어 보다는 베이브 루스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메이저 리그 야구 메이저 리그 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이었다.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22시즌을 뛰며 당시 최고 기록인 통산 71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1974년 행크 아론이 깨뜨려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홈런 기록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적으로 순탄치 않은 불운한 삶을 살았던 그 자신도 후두암으로 사망했는데 최초의 방사선과 항암제 병행치료를 받은 기록을 남기도 했다. 후두암을 포함 구강암은 구강 내 모든 조직에서 생긴 악성 종양을 총칭하는데 입술, 혀, 혀 밑이나 경구개와 후두 등에 발생한다. 병인과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흡연이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이다. 구강암 환자의 약 90%가 흡연과 연관이 있으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2~4배 이상 높다. 흡연과 함께 과도한 음주 또한 발생 인자로 이 두 가지 위험 인자가 구강암의 발생에 상승효과를 가져와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6~15배의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구강은 쉽게 들여다보고 만져 볼 수 있는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구강암 환자의 대부분은 조기 발견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행된 구강암은 치료율이 낮고 치료에 따른 후유증도 증가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매 시간마다 한 사람씩 구강암으로 사망한다. 정기적으로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듯이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구강암 검진을 받아야한다.


  • 타이거 우즈의 부러진 앞니

    사람은 예로부터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날개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하늘을 향한 그 욕망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나르고 이제는 우주를 누비는 데까지 왔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 허전함을 달래려는 듯 조그만 흰 공 하나에 꿈을 실어 하늘을 가로질러 날려 보낸다. 더 높이 더 멀리. 그래서인지 골프는 하늘을 날고픈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스포츠라 한다. 그러기에 골프에는 모두 새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은가. 공을 홀 컵에 한 타수 적게 넣으면 '버디', 두 타수 적게 하면 '이글', 그리고 세 타수가 적으면 환상의 '알바트로스'가 된다. 알바트로스는 알을 낳아 부화가 되면 바다에 떠다닌다. 그러다가 상어에 제물이 안 되려면 목숨을 걸고 날개를 저어 하늘로 올라야 하는 필사적인 생존의 순간을 겪어야한다. 그래서 살아남은 것만이 새의 왕자 신천옹이 되는 것이다. 만일 억세게 운이 좋아 네 타수 적게 한 번에 들어간다면 어찌될까? 아마도 킹버디(비익조)의 이름이 붙여지지 않을까 싶다. 날개가 하나라서 반드시 암수 둘이 힘을 합쳐야만 날을 수 있는 신화의 새. 골프는 여러 명이 함께 하면서도 각자가 따로 하는 게임이지만 반면에 혼자이면서도 무리와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협력해 이루어 가야하는 것이 비익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골프는 자신과 동료에게 뿐만 아니라 관전하는 갤러리들에게까지도 매너를 갖추어야하기 때문에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도 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로 가장 중시되는 것이 예의이다. 요사이 한국 골프도 자랑스러운 골퍼들의 활약으로 성적 면에선 빛나고 있으나 정작 골프문화는 어떤가. 그 수준은 아직 아니올시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경기규칙과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도박으로 그 빛이 바래고 부나 지위를 과시하는 허세의 수단으로 오염되고 있으니 신사도의 자긍심과는 거리가 멀다. 골프규칙 첫 구절도 '다른 사람의 경기를 방해하지 말라'이거늘. 얼마 전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가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골프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행사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의 사이에서 우연찮은 접촉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헌데 이런 사고는 생각보다 비일비재해서 많은 운동선수들 그리고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이나 특히 학생들에게서도 치과와 관련된 사고는 흔히 일어난다. 더욱이 실수로 인한 상해 사고는 차치하고라도 역기나 씨름 같이 육체적으로 혼신의 힘을 쓰는 운동의 경우 이를 악물어야 하기 때문에 치아와 악안면 부위에 끼치는 악영향은 무척 크다. 골프도 마찬가지이고 어느 분야의 스포츠나 다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스포츠와 치아건강은 매우 밀접하다. 헌데 스포츠와 무관하게 습관적으로 이를 가는 것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발견이 쉬운 편인 반면 이를 악무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지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보고에 의하면 성인 남자의 경우 이를 악무는 힘은 평균 50-60 kg 정도이니 체격이 큰 선수인 경우 그 힘은 더욱 클 것이다. 이렇게 큰 교합력이 직업적이든 습관적이든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치아 마모는 물론 주위조직 더 그리고 악관절 장애도 가져오게 된다. 그러므로 운동 시에는 스포츠 가드(잘 때는 나이트 가드)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체육 활동 시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승리 후에 오는 함박웃음에 하얗고 건강한 치아들이 보이면 더 멋있지 않겠나!


  • 사랑니의 '장미전쟁'

    530년 전 '장미전쟁'에서 사라진 영국 왕 리처드 3세의 특별한 장례식이 얼마 전 영국에서 있었다. 그는 당시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수도원이 파괴된 후 무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가 지난 2012년에야 발견되어 이번에 장례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DNA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발견 당시 그의 유골은 '꼽추왕'이라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에서 묘사된 것처럼 실제로 척추가 한쪽으로 심하게 휘어 있었다고 한다. 15세기 영국에서는 라이벌 관계였던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왕위 쟁탈로 기나긴 전쟁을 벌였다. 요크 가문의 리처드 3세는 형인 에드워드 4세가 사망한 후 조카 에드워드 5세의 섭정을 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조카를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면서 조카와 그 동생을 런던탑에 가둬 죽였다. 왕위 찬탈로 신망을 잃은 그는 귀족들의 반란에 부딪쳐 싸운 보즈워스 전투에서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 튜더 백작에게 패해 전사했다. 이로써 30년 끌어 온 장미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왕조는 무너지고 새로운 튜터 왕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때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 요크가문은 흰 장미를 문장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장미전쟁'이라 부르게 됐다. 이런 역사적 연유에 기인해서 최근엔 축구에도 장미전쟁이란 말을 쓴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 그것이다. 맨체스터는 랭커스터 가문이 지배하던 랭커셔 지방의 중심 도시이고 리즈는 요크 가문이 지배하던 요크셔 지방의 중심 도시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랭커셔를 연고지로 한 맨유는 그 가문의 붉은 장미를 나타내는 빨강색 유니폼을 입고, 요크셔를 연고지로 한 리즈는 요크가문의 흰 장미를 의미하는 하얀색 유니폼을 입게 되어 맨유와 리즈의 라이벌전을 '장미전쟁'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엔 아무 축구경기에나 '장미전쟁'이란 말을 쉽게 갖다 붙이기도 한다. 헌데 치과에도 장미로 인한 치열한 투쟁이 있다. 이성에 눈을 뜰만 한 나이가 될 때 나타나는 사랑니의 '장미전쟁'이다. 중남미의 전설에 의하면 한 처음 동물신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창조하고 난 후 차돌로 사람의 치아를 만들고 있었는데 마침 식물신이 놀러 와서 보고는 앞니의 수는 충분한데 어금니 수가 부족하지 않느냐고 했단다. 허나 차돌은 이미 다 써리고 없던 터라 대신 할 수 없이 식물신에게서 얻은 장미꽃의 꿀과 꽃가루를 섞어 맨 마지막 치아인 사랑니를 만들었다. 그런데 월계수 잎으로 덮어놓아야 할 것을 깜박 잊고 깊이 잠든 사이 쏟아진 폭우로 사랑니들은 다 뭉개져 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식물신은 몹시 노했고 장미는 토라졌다. 그래서 그런가. 그 때부터 사랑니는 그 분풀이로 잇몸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말썽을 잘 일으키는 문제아(牙)가 되었다. 이렇듯 동물신의 실수와 식물신의 저주 그리고 장미꽃의 토라진 마음의 복수로 통증을 야기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뽑혀나가기도 하는 운명이 됐지만 그래도 사랑니는 그 예쁜 이름과 아픈 전설로 애틋함과 아쉬움이 남겨져 연민의 정을 갖게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랑이란 게 가슴 저미는 쓰라림이 동반되어야 더 깊고 아름답게 성장되는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