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의 동서남북

수필가, 목사

  • 흔적을 따라서

     인간이 가진 근력은 야생동물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편입니다. 성인 남자의 평균 악력은 50kg인데 비해서 침팬지의 악력은 129kg, 오랑우탄은 193kg, 고릴라의 악력은 326kg이나 된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동물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간이 가진 지구력입니다. 인간을 제외하고 그 어떤 동물도 42.195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역경을 극복하는 자세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운데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운영하던 가게는 폐업이 되었고 20년을 함께 살아가던 아내와도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이와 같은 불행이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습니다.


  • 페르시아의 흠

     페르시아에서 생산되는 양탄자는 전 세계가 알아주는 명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떤 것은 예술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안은 가운데 천문학적인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합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치와 함께 아름다움을 뽐내는 예술과 문화의 결정체에도 잘 찾아보면 반드시 흠이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페르시아 양탄자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흠이 일부러 만들어졌다 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양탄자를 제작하던 장인이 일부러 남긴 흠이라는 말입니다. 장인들에게 있어서 결점 없는 양탄자를 만들어내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여기는데 이러한 장인 정신과 철학이 담겨진 흠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서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얘기합니다. 한국의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신기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주도에 즐비한 돌담은 그냥 규칙적으로 쌓아둔 것이지만 어지간한 바람에도 잘 견딜 뿐더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주도의 돌담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돌과 돌 사이를 메우지 않음으로 그 틈으로 바람이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따라서 웬만큼 세찬 바람이 불어도 돌담이 통째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도 완벽한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듯 빈틈을 보일 때 인간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간에게서 완벽을 찾는다는 것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완벽한 미모, 완벽한 기술, 완벽한 사랑이라는 것들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져다줄까요? 프랑스가 낳은 작가 ‘생 떽쥐베리’는 이와 같이 말합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 이별 박물관

     '케네스 허드슨 상'은 유럽 대륙에서 가장 혁신적으로 운영하는 박물관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2011년에 이 상을 받은 한 박물관에는 다양하지만 전혀 통일성이 없는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이 박물관에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쓸모없을 것 같은 물건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길거리에 방치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정도로 낡은 강아지 목걸이, 어디에서나 흔하게 팔릴 수 있는 자물쇠, 오래되어 보이는 어린이용 페달 자동차, 손때가 가득 묻은 인형들까지…


  • 이제는 숨어도 다 보인다

     낮에는 밭에서 농사일에 매진하고 밤에는 문해 (文解)교실에서 글을 배우며 주경야독 하는 초보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삐뚤어진 글씨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한글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그 시선과 마음을 표현하는 기교가 매우 뛰어나고 따뜻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작가 정을순씨가 80세를 넘기는 나이가 되어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행복에 이르는 지혜

     옛날 한 왕국이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왕은 전쟁에 참여한 장수들과 신하들을 크게 치하하면서 상을 내렸습니다. 이때 전쟁에 참여했던 왕자가 찾아와서 간청을 했습니다. "이번 전쟁에 소자도 참전하여 공을 세웠으니 바라건대 대장군의 직위를 내려 주시옵소서." 대장군은 나라의 모든 군대를 총 지휘하는 중요한 위치이기에 왕은 순간 고민을 했습니다. 


  • 이제는 숨어도 다 보인다

     낮에는 밭에서 농사일에 매진하고 밤에는 문해 (文解)교실에서 글을 배우며 주경야독 하는 초보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삐뚤어진 글씨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한글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그 시선과 마음을 표현하는 기교가 매우 뛰어나고 따뜻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작가 정을순씨가 80세를 넘기는 나이가 되어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약속과 기다림

     남극에서 운석 탐사를 하던 대원들에게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8마리 썰매견과 함께 빙판과 눈밭을 탐사하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탐사대는 서둘러 피신을 해야 했는데 탈출하는 헬리콥터에는 사람이 탈 자리도 부족했기 때문에 썰매견들을 태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썰매견들은 방치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

     소아마비로 인하여 평생 목발에 의지하고 3차례의 암 투병을 겪어야 했던 장영희 교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때마다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르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처우가 좋지 않았던 그 시절 입학시험을 보는 자체를 거부한 학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장영희 교수가 서강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려 할 때도 학교에 찾아가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서강대학교 영문과 학과장이었던 미국인 브루닉 신부는 의아해하면서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지 다리를 사용해서 봅니까? 장애인이라고 시험을 보지 말라는 법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 에펠탑을 보는 눈

     프랑스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추앙받는 모파상은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그가 파리의 명물인 에펠탑을 사랑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모파상은 에펠탑을 아주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자신이 싫어하는 에펠탑에 있는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했던 것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에펠탑이 건립될 당시 파리의 시민들과 예술가들은 이에 대해서 극심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300m 가까운 고철 덩어리가 파리의 고풍스러운 경관을 해칠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파리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프로젝트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20년 후에 탑을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에펠탑을 건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20년이 지나서 정부가 약속한 대로 에펠탑을 철거하려 하자 이번에는 건립할 때보다 더 큰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 이유는 뜻밖에도 시민들이 매일 에펠탑을 보는 가운데 정이 들고 에펠탑을 통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살면서 이와 같은 일을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당장 싫증 난다고 집안에 버려두었던 살림도구가 때로는 유용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소원하게 지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모든 만물은 나름대로 아름다움과 쓸모를 지니고 있지만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무슨 일이든 더 인내하면서 지켜볼 수 있어야 하는데 당장 단정하거나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다른 누구보다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대상이 우리에게 있어서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존재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